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하신지 벌써 1주일이 지났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에서 그 소식을 처음 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어떤 승객이 '자살하다니 비겁하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자칭 보수논객이라는 사람들은 '자살한 사람에게 국민세금을 쓰고 추모하다니 말도 안된다'는 글들을 써댔죠
배운 지식도 있고 자기 나름의 양식도 있지만 양심 혹은 마음만 없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응성 우울증이라느니, 극심한 스트레스 라느니, 유서에서 자살자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보인다느니 하면서
의료계쪽에서 써내는 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틀림없는 '자살'이라 이거죠.
일반적인 의료 지침대로 생각하는 거야 자기 직업이니깐 그렇다손 치더라도
현상으로선 틀림없는 자살, 그 외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대통령 해먹은 사람도 결국 '우울증'으로 '스트레스'로 자살했다"
...
너무나 표면적입니다.
전직대통령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그 방법때문에 비난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표면적인 접근밖에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 이런 경우에 쓰기 좋은 말이 바로 '알.량.한. 의학지식'이라는 표현일 겁니다.
기사 올릴 여유가 있었다면 (굳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예의로라도 좀 더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그런 분석을 해주는 게 옳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현상의 일반론을 알고 있으니 어디 한번 들어보세요 여러분' 이라는 식의 지식전달 말구요.
"법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다 뜯어헤쳐라. 60억 받았으므로 유죄"라고 하는 논리가
'사실'은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자체로 진실은 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영화 박쥐 초반에 나온 '심리학적으로 순교와 자살은 구별하기 어렵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저는 사실 노무현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분 재임 당시 '인터넷으로 젊은 애들 선동해서 대통령 된 사람이라니 정말 역겨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네, 그래서 대학생'답게' 겉으로는 민주노동당 지지했습니다.
제 나름의 관점이 있는 척 했지만 실은 아무생각없는 회색분자로서
그냥 이미지에 쏠려다니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미지.. 그게 문제예요.
왼쪽 오른쪽 끝에 올라앉아서 이념이든 야망이든 욕심이든 어떤 이유로든 간에 머리가 단단히 굳어버린 사람들 외에.
저처럼 중간에서 우 몰려다니는 사람들은
이 이미지라는 간편한 것에 쏠리니깐,
그래서 조금이라도 계산을 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너무나 쉽게 조종된다는 거죠.
정치든, 언론이든, 광고든.. 다른 모든 일상에서도 말입니다.
아무리 영화 밀양의 '거짓말이야'라는 말을 들어봤자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제목이 내포한 은유에 움찔해봤자
마더가 머더를 할지언정 망각속에 행복있나니, 몸 한번 흔들어주면 불편한 체기는 쑥 내려갈 것이고....
처음으로 노무현대통령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어린시절, 결혼식, 군복무시절,
그 때의 그 분은 아직 젊은 얼굴을 하고 계시네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될지 불안과 두려움도 있으셨겠죠.
사람이 개개의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내가 지금 대체 어디쯤에 있는 건지, 세상과 내가 대체 무엇으로 연결돼 있는 건지
그런 확신이 들지 않고, 모든게 모호하며 지금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을 때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을 똑바로 쳐다봐야해요.
그렇게 스스로 존재하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힘든일이죠.
옳은지 그른지 확신도 안서죠.
이미 존재하는 그럴듯한 규율에 의한 세상의 엄격한 눈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존재하는 법을 모르겠다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리를 내걸로 만들면 되겠다 싶죠.
그러면 그 자리가 바로 나 자신이 될테니깐 안심할 수 있을 테고.
그런데 자리에 올라서고 나서도 또 뭔가를 더 원하게 되는 건
정말로 스스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허함이 가슴을 채우기 때문이겠죠.
충만하게 존재해야 할 인간이 소유로만 간당간당 메워질 수 밖에 없는 건
결국 우리 인간 개개인이 나약해서 일거예요.
"법관, 변호사라는 자리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그걸로 내모습을 완성할거야"
사진 속의 젊은 그분은 당시에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서 판사를 그만두고 인권변호사가 됐고,
똥차취급 받는 다는 소형차에 가족 모두를 태운 채 국회의사당 구경 시켜주러 가고,
바보 소리 들을 만큼 될법하지 않은 출마만 하셨던걸까요.
아직은 젊은 그 분의 얼굴과 머리가 새고 얼굴에 주름이 잡힌 그 분의 얼굴..
그분의 외모에 분명 변화는 있지만 그래도 노무현대통령께서 언제나 소년처럼 보였다면 그건
그분 스스로, 자리가 자신을 변화시키게끔 내버려두지 않고
스스로 오롯이 존재하려고 노력해 왔기 때문일겁니다.
이렇게도 간절한 바람이 담긴 연설인데도
박수를 치는 사람들은 '나 당신들 편이야, 당신들 패거리야'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겠죠.
그러니깐 한나라당 뿐 아니라 민주당측에 의해서도 탄핵을 받고,
호남에서도 민주당을 '배신'했다고 그분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겠습니다.
박수를 거두십시오.
이념에 찌들어서 뭔가를 선동한 적도 없었고, 자기패거리를 원해서 정치생활을 한 분도 아닙니다.
그런 욕심에 찬 박수를 들어야 하는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크리스트교에서 고해를 하고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
죄의식을 느끼는 것도 악마의 짓이므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면 된다는 개념은
불교의 연기설과 큰 의미에선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죽음을 앞에 두고 생각해 봤을 때
지금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이 내세로 자연스레 연결된다는 개념은 아주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에게 정말로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게 있거나 혹은 다른 비슷한 방식으로라도 죽음이후에 이어지는 어떤 에너지가 있다면 말이죠.
따라서 죽음은 평온해야 합니다. 그게 내세의 평온과도 이어질테니까요.
'햄릿'초반부에 햄릿 아버지의 영혼도 그렇게 말하잖아요.
'죄에 대해서 아무런 용서를 못한 시기에 살해당했기 때문에 죽음뒤에도 이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구요.
그렇다면 크리스트교에서 고해와 죄사함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이유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천국은 결국 내 안의 평온에 있으니까.
자살자의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은 자살하는 사람이 정신적 고통속에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일겁니다.
근데 그걸 권력자들은 또 말 그대로 써먹으면서 활용을 하죠.
사람들이 쉽게 자살을 선택하면 자신들이 부리고 살, 자신들이 무위도식하며 살 수 있게끔
바닥에서 일해줄 노동력이 상실되는 거니깐.,
그래서 닥치고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해, 그래서 자살은 무조건 나빠'라고 말하죠. 사기꾼들 같으니..
그 분 마지막은 평온했을까요.
언론에서 분석하기를, 추모객들의 마음에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섞여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은 참 옳은 말입니다.
추모의 눈물에는, 무관심 혹은 덩달아 조롱을 했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섞여 있습니다.
그 분의 마지막 나날들이 정말로 외로웠다는 것,
소유가 아닌 존재의 삶을 사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 외롭지만
특별히 더 외로운 나날들, 자기 존재가 부정당하는 고통이 함께한 외로움..
그런 나날을 혼자 견디게 했다는 데 대한 죄의식이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
유서의 내용은 평안합니다.
그리고 그 짧은 글에 그 분의 모든 마음이 실렸기를 원합니다.
고인이 남기신 글의 내용대로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그런 결정을 하셨기를 바랍니다.
고통에 찬 결단이 아니라
내 몫을 다 했기 때문에 내리는 결정이라는 그런 마음이셨기를 바랍니다.
악의가 가득찬 '비겁한 자살'운운도 관계없고,
마찬가지로 딱딱하게 굳은 머리에서 나온 '이념은 없이 자기 가족만 생각한 사람'같은 말과도 관계 없이
정말 하늘로 날으셨기를 바랍니다.
평온히 영면하시기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TAG 노무현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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